자전거 탄 풍경을 꿈꾸며
하얀 눈이 내리는 산 속에서 한 여자가 소리치며 흐느낀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이 장면은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러브 레터(Love Letter)>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이고, 여배우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기도 했던 명대사이다. 그리고 이 명대사는 지금 내가 2006 방일 대학생 대표단 일정 중 마에바시에서의 민박 가정 일정에서 인연을 맺은 나의 일본 어머니 아오키씨에게 보내는 메일의 첫 인사이기도 하다.
<러브 레터>는 순수함과 설렘이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러브 레터를 쓰거나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괜히 웃음이 나게 만드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러브 레터. 지난 9박 10일간의 2006 방일 대학생 대표단의 추억은 한 장의 러브 레터가 되어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달콤한 러브 레터 중에서 한 구절을 펼쳐 보려고 한다.
영화 <러브 레터>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장면과 함께 내가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여배우가 자전거를 멈춘 후에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아, 그랬군.”하며 무릎을 탁 치며 느끼게 된 것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유난히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자주 나온 것 같다. 지금부터 공개할 나의 러브 레터의 한 구절도 자전거 이야기이다.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흔히들 알고 있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걸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신문, 잡지 등 다양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나 일본으로 가서 직접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2006 방일 대학생 대표단의 일정은 환경을 주제로 한 연수가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미래의 물 부족에 대비한 빗물의 연구, 폐식용유를 재활용하여 자동차 원료로 사용하는 소규모 공장 견학, 자연 체험 학습장에서의 나무 심기 경험 등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이번 연수를 통해 가장 놀라고 관심을 가진 것은 시내를 걷거나 버스를 타고 연수 장소를 이동하면서 본 일본 사람들의 자전거를 탄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일본에 있는 기간동안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아침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학교로 향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낮에는 대형 할인 마트에서 산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주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의 시부야와 하라주쿠와 같은 번화가 거리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빈번히 마주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운동 기구로 자주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일본에서의 자전거는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는 일본의 교통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단거리 이동은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자전거의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나라로 독일과 일본이 손꼽혔는데 나는 일본에서 내가 본 장면들을 생각하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 대형 할인 마트 앞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할인 마트 앞은 수 십대의 자전거가 마치 주차장의 자동차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고 그만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도 많았다.
자전거야말로 환경 친화적인 이동 수단이자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도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충하고 자전거 도난 방지를 위해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해보는 등의 노력을 한다면 일본에서의 자전거를 탄 풍경을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보러 가는 주부들, 자전거를 타고 함께 산책을 하는 노부부의 모습 등.
오늘 나의 러브 레터는 이렇게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담아 온 자전거를 타는 풍경은 영원히 나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일본에서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고 느낀 것을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 지금 나는 두 바퀴 자전거를 이용해 세상을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 2006년 11월 29일 조약돌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