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40

4. ULSAN, 29232

ULSAN이 BUSAN에게 가리킨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공구를 몇 개 둘러보더니 작은 크기의 일자 드라이버를 집어들었다. '저걸로 싸우는 거야?' BUSAN은 의아해했다. "정말 첫 번째 배틀인가 보군요. 그럼 내가 배틀을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겠군요. 초심자에게 운좋게 이겼다는 말은 듣고싶지 않으니까요. 마일리지 배틀의 게임 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배틀 신청자가 배틀 장소를 정할 수 있죠. 일종의 홈그라운드 효과랄까요. 나는 내가 일하는 이곳 자동차 공장을 배틀 장소로 정했죠.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니깐요. 내 집보다 더 오래 머무르는 곳이죠." ULSAN은 자신이 배틀 유경험자인 것을 자랑하고 싶은 듯, BUSAN을 가르치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배틀 장소를 ..

3. 24시간

* 첫 번째 배틀까지 남은 시간: 24시간 남자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배틀이라면 분명 저 콘트롤러라는 헬멧을 머리에 쓰고, 맨손으로 격투를 하거나 무기를 사용하여 벌이는 방식일 것이다. 콘트롤러를 착용하면 정확한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콘트롤러 착용이 바로 배틀 시작을 불러올지도 몰라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먼저 '월드 마일리지 배틀'에 대해 구글링을 시작했다. 네이버, 다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구글이라면 분명 그에게 답을 던져줄 것이다. "어, 이게 뭐야?" 남자는 한숨을 지었다. 월드 마일리지 배틀에 대해 구글신이 내놓은 검색 결과는 0건이었다. 신종 사기 수법이라면 피해자의 글이 있을 것이고, 새로 나온 게임이 맞다면 게임 후기라도 있을 법한데, 구글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2. 콘트롤러

어젯밤 잠을 설쳐서였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도시 남자의 멋을 지키고 싶어서였을까. 음력 새해 첫날의 해가 하늘 꼭대기에 치솟을 때까지 남자는 12월 30일의 꿈나라에 남아 있었다. "띵동동 띵동동." "......" "띵동동 띵동동." "......" 초인종 소리가 울렸지만, 남자에게는 백색 소음과도 같은 것에 불과해보였다. '쿵쾅쿵쾅'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 밖의 정체 모를 남자는 문 안의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제서야 문 안의 남자는 12월 30일을 벗어나 1월 1일을 맞이했다. 문을 열자, 상자를 손에 든 배달의 기수가 보였다. 오늘은 공휴일이 아닌가? 배달의 기수에게 휴일이란 것, 차례와 세배를 위한 시간은 없나보다. 문 밖의 남자가 상자와 문 안의 남자의 이름을 등가교환한 후 떠나..

1. BUSAN, 38317

어둠으로 가득 찬 8평짜리 방. 밤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무도 살지 않거나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어둠 속에서 하얀 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더니 '삑'하는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 전원이 켜졌다. 화면 속 두터운 옷을 껴입은 리포터가 고속버스 터미널에 서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500만 명 이상이 서울을 빠져나갔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5시간 2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SBS 뉴스 김민희입니다." "아, 뭐야. 민희, 또 너니?" 어둠 속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잠에서 막 깬 듯 낮게 잠긴 남자 목소리였다. 남자는 손을 뻗어 리모콘을 찾았고, '삐빅'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이 꺼졌다. 남자는 리모콘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버려버려(bye여)

버려버려(bye여) 눈을 뜨면 / 시끄러운 / 알람시계 / 밟아버려 일어나서 / 샤워하고 / 젖은 수건 / 던져버려 출근길에 / 버스 타고 / 하차벨을 / 부숴버려 회사에서 / 일을 하다 / 키보드를 / 던져버려 // 점심 먹다 / 된장찌개 / 뚝배기를 / 엎어버려 통화하다 / 2년 약정 / 전화기를 / 던져버려 퇴근길에 / 가로막는 / 지옥철을 / 밀어버려 집에 와서 / 티비 보다 / 리모컨을 / 던져버려 // 이런 상상 / (속에서) / bye bye / (이성은) 그런 하루 / (속에서) / 버려버려 / (bye여) 이런 현실 / (속에서) / bye bye / (상상은) 그런 매일 / 싫다면 / 버려버려버려버려 // - 2012년 12월 14일 조약돌 씀 -

랑할래

랑할래 1. 이것도 나랑할래 저것도 나랑할래 네가 늘 하는 말 이제는 나도 지쳐 정말로 힘이 들어 싱글싱글 돌아갈래 설레던 두근거림 약속한 우리 Dream 네가 늘 했던 말 이제는 잊은 거니 모두 다 사라졌니 징글징글 화가 나 (징글) 더 이상 못참겠어 (싱글) 나 이제 돌아갈래 (지금) 우리가 원하는 말 헤! 어! 져! Oh my love baby baby 그만할래 이젠 그만할래 너에겐 작별을 사랑할래 다시 사랑할래 새로운 사랑을 Oh my love baby baby No more Jail 이젠 내가 제일 날 위한 시간을 그동안 고마웠어 나도 그래 남친여친 아니라네 이젠 친구 2. 나 이제 돌아갈래 더 이상 못참겠어 내가 늘 하는 말 그런데 조금 달라 전과는 다른 억양 빙글빙글 돌리지마 (빙글) 더 이..

손바닥 소설 2010.06.10 ~ 2010.08.14

손바닥 소설 2010.06.10 ~ 2010.08.14 2010.06.10 (K019)유권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선거 결과 임기동안 전기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던 후보자가 당선되었다.오늘도 대통령은 전기를 공짜로 공급 중이시다.백만 볼트.피카피카. 2010.07.16 (K020)후반전이 끝나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전이 시작되기전 지친 독일 선수들은 붉은색 튜브에 든 것을 쪽 빨아 먹었다. 1-0. 독일은 홈팀 브라질을 누르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전세계에 고추장이 불티나게 팔렸다. 2010.08.13 (K021)"잠시만요.머리에 물기 좀 말리고요.""자,치즈."사진사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와아아아,사진 잘 나..

손바닥 소설 2010.06.01~2010.06.05

손바닥 소설 2010.06.01~2010.06.05 2010.06.01 (K014)"2시간만 인출해주세요."벼락치기 공부를 위해 수면저축은행에서 잠을 찾아왔다.2시간의 추가 각성 후 깨달은 것은 초등학생때 꿈꾸던 미래는 좀더 자유로운 생활이었다는 것이다."에이,몰라."우울해진 나는 노트를 덮고,이불을 덮었다. 2010.06.04 (K015)대기오염으로 별을 볼수 없게되자,망원경 구입과 우주여행은 부자들의 새 여가가 되었다.가난한 친구가 별보는 방법을 찾아냈다.그는 50년 전 초등학교에서 유행한 놀이라며 내 목을 졸랐다.눈앞에 떠오른 별이 날 하늘로 데려갔다. 2010.06.04 (K016)"더워서 짜증나지?그럼 매미를 잡아.매미는 여름의 수호자들이야."친구의 말에 매미채를 더 힘껏 휘둘렀다.여름을 유지하..

손바닥 소설(영어) 2010.05.18~2010.05.21

손바닥 소설(영어) 2010.05.18~2010.05.21 2010.05.18 (E001) One morning, I lost 10 minutes. It happened to me. Realizing my watch was broken, I found out that I woke up late for 10 minutes. 2010.05.18 (E002)It's rained for a week.Finally the rain stops and I see a rainbow.I decide to climb it up.I find out my 7 ex-girl friends stop crying. 2010.05.19 (E003)Have you ever step on the moon? I always d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