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생명이든 소중하고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 나는 모기로 태어났다. 인간에게는 하찮고 성가시게 여겨지는 존재이지만, 나는 모기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한국의 어느 한 구석에 위치한 시골이 나의 고향이다. 그곳은 흙냄새, 짐승들의 배설물 냄새, 농부들의 땀 냄새가 정겨운 곳이다. 그런데 그린벨트라는 것이 풀리면서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굉음을 내는 이상한 기계들이 들락날락거리더니 공장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어릴 때 내가 놀던 곳은 어느 하수구였다. 나는 하수구의 시원한 물에서 친구들과 헤엄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나는 종종 하수구의 외진 곳에서 홀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