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있는 건
사랑스런 그대 얼굴이 아닌
하얀 종이 한 장입니다
내 손에 쥐어진 건
따스한 그대 손이 아닌
검은 펜 한 자루입니다
검은 잉크가
하얀 종이에 흔적을 남기고 나면
내 마음 속 그대와의 추억은
검은 잉크에 젖어듭니다
아직 시작도 못한
어쩜 이미 끝나버린지도 모를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한 편의 시가 됩니다
펜이 적시는 것은 한 장의 종이인데
내 얼굴이 젖어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이, 내 가슴이 젖어드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오늘도 이렇게 사랑의 시는 계속됩니다
![]() |
유리 조각 그대 - ![]() 조용래 지음, 조은혜 그림/한국문학세상 |
사랑, 이별, 그리움에 관한 시 63편과 각각의 시에 어울리는 63개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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