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움직이는 활자/굿북 코너

[굿북 도서]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제목 :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저자 : 이세벽

정가 : 9,800 원

쪽수 : 308 쪽

출간일 : 09년3월 5일

ISBN : 978-89-93503-03-6


책소개

엄마는 꿈과 희망 발전소를 재가동시킬 젊은이만 오라 부른다.
그러나 일식이 시작되면 돌아올 수 있듯이 그곳으로 갈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으로 촉발된 철수와 부장판사 그리고 황금쥐의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다.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황금쥐는 최고로 성공한 부자이고 최고의 인격자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왕적 자본주의를 꿈꾼다. 자본의 힘으로 제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욕망의 사람들은 황금쥐의 음모에 저항하기는커녕 그의 통치를 기다린다.
철수는 엄마를 잃어버린 뒤로 7년째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다. 철수가 황금쥐를 빼닮았다고 어른 노숙자들은 그를 작은 황금쥐라고 부른다. 하지만 철수는 황금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얼어 죽을 뻔한 뒤로 줄곧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엄마를 기다려왔지만 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황금쥐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 철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엄마가 없었다면, 기다려야할 엄마가 없었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었다면, 아마 철수도 다른 노숙자 아이들처럼 행인들을 괴롭히는 지하의 악당이 되었을 것이다.”(본문22P)
철수에게 엄마는 희망인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막연하고 가망 없어 보였다. 황금쥐가 붉은고양이파를 시켜 지하철역 이정표를 몽땅 훔쳐가기 전까지는 철수의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지하철역 이정표가 모두 사라진 그날 철수는 붉은고양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정표가 없어서 길을 잃고 쩔쩔매는 부장판사를 만난다.
실상 황금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부장판사와 노숙자로 살아온 철수의 만남은 잃어버린 자아의 결합이다. 어른의 지혜와 소년의 순수한 열정의 만남인 것이다. 두 자아가 결합함으로서 가망 없어 보이던 일이 희망으로 바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적지 않은 마찰을 겪고 때론 서로의 적이 되어 서로를 위험에 빠트린다.
“내 모습이, 내 진정한 모습이 그토록 타락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단 말인가. 아, 지금의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거짓의 가면을 쓰고 있단 말인가. 어린 아이를 희롱하고 권력과 부에 아부하고자 했던 내가 진실한 나였단 말인가.”(본문258)
부장판사는 자신의 비겁한 모습을 되돌아보며 철수를 받아들인다. 비로소 어린 자아를 되찾고 순수함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부장판사처럼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너무 쉽게 아이의 모습을 버린다. 부장판사가 철수를 받아들였듯이 어린 자아를 되찾지 않으면 우리는 소통부재에서 헤어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꿈도 이룰 수 없을지 모른다. 돈은 벌 수 있겠지만 허무와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다 세계의 몰락을 자처하게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제왕적 자본주의를 꿈꾸는 황금쥐의 논리는 이렇다.
“솔직히 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꿈꾸는 걸 이루어 주는 셈이지. 황금그룹에서 열심히 일하면 10년 안에 집을 장만할 수 있잖아. 그건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이지. 15년 쯤 지나면 집을 늘려갈 수 있어. 20년 쯤 지나면 별장이나 콘도를 살 수 있고. 여름휴가, 겨울휴가, 단풍놀이, 꽃놀이는 물론이고 해외여행을 갈 기회도 얼마든지 주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그들의 희망사항이지 않았나 말이다. 게다가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대출을 받아서 신형 자동차를 살 수도 있고 신형 텔레비전과 휴대폰, 내비게이션, 비데기, 공기청정기 등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그들의 꿈이 완벽하게 실현되는 것이지. 이보다 더 완벽하게 꿈과 희망을 줄 수는 없지. 그들에게 그런 꿈을 실현시켜주는 게 누구지. 바로 나야. 그런 내가 국가가 된다면 어떻겠나.”(본문271)
철수, 즉 어린 자아를 되찾은 부장판사는 이렇게 반박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 산을 깎고 들판을 메워 만든 고층 아파트, 도로를 질주하는 번쩍이는 자동차, 넘치는 풍요의 거리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일까요. 아닙니다. 단언컨대 그것들은 욕망의 바벨탑입니다. 그것들은 먼 예날 바벨탑이 그랬듯이 소통부재와 분열을 일으켜왔습니다. 사람들에겐 재앙인 것이죠. 그러나 황금쥐님은 그걸 미끼로 사람들을 통치해왔습니다. 하늘까지 올라가자고, 올라갈 수 있다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중략)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꿈이라고도 하고 희망이라고도 부릅니다. 판사가 되어도 교수가 되어도 그 무엇이 되어도 그들의 최종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서 호의호식하며 사는 겁니다.”(본문272)

이렇게 해서 운명을 건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황금쥐는 계획대로 제왕적 자본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철수와 부장판사는 이를 제지하고 엄마를 되찾기 위해 차원 저편에 있는 절망의 골짜기를 찾아간다.
전에는 꿈과 희망의 골짜기였으나 이젠 절망의 골짜기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절망에 빠지고 만다.
“철수는 사나운 짐승처럼 으르렁 댔고 부장판사는 원망과 저주를 퍼부으며 흐느껴 울었다. 서로를 향한 미움은 거친 욕설과 다툼으로 이어졌다. 때로는 뒤엉켜서 싸우곤 했는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진흙탕 속에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서로를 물어뜯었다.”(본문284)
그러나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부장판사는 늙은 노파의 질문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무슨 음식을 줘도 맛있다며 먹어치우는 그 남자의 입은 축복 받은 것이냐 아니면 저주 받은 것이냐.”(본문288)
악귀 같이 쫓아오던 노파가 묻는다.
“운명 따위는 없다. 저주와 축복이 절제와 무절제로 선택되듯이 운명도 그럴 것이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내가 선택하거나 포기한 그것이 운명이다. 나는 늘 뭔가를 선택하거나 포기해왔다. 탄생 이전부터 그래왔다. 지금은 꿈과 희망을 선택할 때이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내가 결정한 운명이다.”(본문289)
노파가 떠난 뒤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대답한다.
두 사람은 다시 길을 가다가 백 년 동안 밭을 갈아온 남자와 백 년 동안 임신한 채 누워 있는 여인을 만난다. 이들은 모두 절망의 모습이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뒤로 엄습한 절망의 모습인 것이다.
만삭으로 절망에 빠진 여인에게 차인 철수가 마침내 꿈과 희망 발전소의 문고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멈추어 섰던 꿈과 희망 발전소가 재가동 되었다. 골짜기의 뼈들은 서로 제 짝을 찾아서 결합하였고 그 위로 핏줄이 돋고 살이 돋았다. 죽었던 꽃과 나무들이 살나났으면 바람과 햇빛에도 생기가 스며들었다.”(본문303)
두 사람이 마침내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 하지만 황금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우리에게 차원 높은 꿈과 희망을 품자고, 그런 세계를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저자소개
이세벽
광고쟁이로 살아오면서도 늘 이야기꾼이 되고자 했던 작가는 삼십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회사를 휴직하고 여관에 틀어박혔다. 서너 달 만에 완성한 그의 첫 장편<연가>는 출판기획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작가로서 입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십 년 그는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8년 삶과 죽음의 교향과 <죽음대역배우 모리>, 장미꽃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한 마리 외로운 검정풍뎅이 같은 남자의 이야기인 <검정풍뎅이-전2권>, 서로 다른 등나무가 만나서 한 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어른이 읽는 동화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에 이어 2009년, 외롭고 고단한 작가로 살아온 십 년의 결정체인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을 발표했다.




목차
1부 엄마를 기다리는 철수
2부 지하철역 이정표를 훔쳐라
3부 길 잃은 부장판사
4부 말하는 우체통
5부 꿈과 희망 발전소
6부 절망의 골짜기
7부 백 년 동안 임신한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