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 한 후에 두 번째로 맞게 될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2009년의 달력을 미리 살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년은 공휴일이 참 귀한 날이다.
그래서인지 2009년의 첫 달에 포진해 있는 설 연휴에 눈길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 참고: 2009년 설 연휴는 주5일 근무제라 가정하면, 2009.1.24(토)~1.27(화)의 4일 연휴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년의 귀성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치뤄질 예비전인,
설 연휴 기차표 예매 전쟁에 뛰어들었다. 나는 경부선 예비 전투!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만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하기에 나는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려 하다가,
혹시나 늦잠을 잘까 싶어서 밤을 새기로 했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6시가 되기 전에 들어간 설 연휴 예매 사이트는 이런 화면으로 나를 맞이하였다.
눈 여겨 볼 문구는 마우스로 드래그 해놓은 "예약시작 초기에는 예약요청이 동시에 집중되어 인터넷 예약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거나 잘 안될 수 있습니다."이다.
역시나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적은
대학교 수강 신청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뭔가 인기있는 것의 예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했을 초반 서버 폭주라고 생각했다.
6시가 땡하는 순간에 들어가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한 후에 다음 버튼을 누르자,
이런 화면이 나를 반겼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시도해도 나타나는 것은 위의 창 뿐.
그래도 나는 졸음을 참으며, 계속 시도를 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보통 20분 정도면 뭔가 한 건이라도 성공을 해야하는데...(실제로 올해 추석 연휴 표 예매에서는 20분이 지난 상황에서 대부분의 황금 시간대가 매진되어 있었다.)
혹시나 나만 못들어가는 것인가해서 그래서 나는 예매 현황을 확인해보았는데,
표는 대부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30분, 40분, 5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다.
6시 10분쯤에 예매를 마치고 잠시라도 누웠다가 회사를 가려던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시간이었다.
같은 화면에 지겨워진 나는 철도청에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철도청 전화는 불통이었다.
그리고 아침 7시 20분, 지겹게 봐오던 화면이 뭔가 하얗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예매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매가 시작된지 80분이 지난 상황인 것이다. 난 예매 현황창을 눌러보았다.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표는 예매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건 분명히 서버가 폭주할 것을 대비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원래라면 하나씩 늘어가는 빨간색 가위표에 마음이 초조해져야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것이 반가웠다. 뭔가 예매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니깐 말이다.
그리고 7시 55분쯤, 나는 우연히 내가 하행선(서울->부산) 표를 예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우연히였다.
이제 서버 문제를 고쳤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예매창을 확인했을 때,
30분 전의 상황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은 예매 내역을 알 수 있었다.
이거 5분도 안남았는데, 매진이 아니라면 뭔가 연장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잠시,
8시 정각이 되는 순간 서버는 닫혀버렸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갑자기 이번 연휴도 서울에서 보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올해 추석 연휴도 예매에 실패한 이후에, 뭔가 여러가지가 꼬여서 서울에서 보냈다.)
그리고 졸음과 요통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로 가는데,
친구가 연락이 왔다.
상행선과 하행선 표를 모두 구했다는 반가운 소식. 물론 여유롭게 구해서 내 것도 있다는 말!
난 서버를 통과하지 못한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고생했다는 점을 다독여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좀 전에 여행사 가서 그냥 바로 구했는데?"였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전 10시 이후였다.
"나안~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고, 엄마 보고 싶었을 뿐이고..."
아무튼 내년 설 연휴는 뭔가 안심이 된다.
그 친구가 예매한 표가 하행선과 상행선이 뒤바귄 예매만 아니면 된다!
(작년 추석인가 올해 설인가에 모 선배가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야되는 날짜에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표를 예매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가야되는 날짜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표를 예매해놓았던 것이다. 선배를 믿고만 있던 후배들은 연휴 전날 이 소식을 듣고 난감했었다. 그래도 어떻게 다들 고향에 잘 다녀갔다. 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
오늘(12월 4일 목요일) 오전에도 다른 사람들은 호남선 예매 전쟁을 벌일 것이다.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길 빈다. 나 같은 고생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기를 바라며...
이제 진짜 잠 좀 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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