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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활자/굿북 코너

[굿북 도서] 지구상에 단 한 명 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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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단 한 명 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
저자 : 이세벽 저
정가 : 9,800원
쪽수 : 348
출간일 : 2008년 3월 7일
ISBN : 978-89-9608421-1
  죽음 연기 하나로 스타덤에 오른 거지 소년 모리,
  그는 중세의 르브낭이라는 의혹을 받게 되는데.......



지구상에 단 1명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는 죽음으로 현대인의 소통부재와 소외된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아이러니한 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공포와 연민으로 몰아넣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17살까지 세상 사람들을 피해서 살아왔던 모리(라틴어 Morrie는 죽음이라는 뜻을 내포함)는 우연히 특집 드라마-사극-의 감독을 맡은 유명 영화감독을 만나면서 ‘죽음대역배우’가 된다.

그의 죽음대역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알 수 없는 공포와 연민을 안겨주며 시청률이 최고로 치솟자 모리는 단번에 유명인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 있던 여인들이 잇따라 심장마비로 죽으면서 모리는 중세의 르브낭- 호모투트스(죽음에서 깨어난 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인 여배우 ‘연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불륜에 빠지고, 분노를 참지 못한 모리는 연주를 껴안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로 인해 검사는 때마침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연쇄살인범으로 모리를 체포하여 르브낭으로 몰아간다. 이른바 르브낭 재판이 진행 되던 3년 동안 모리는 구치소에서 죽음의 냄새를 떨쳐내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거듭나게 되지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언도 받게 되는데......

지구상에 단 1명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
그는 중세의 르브낭인가! 타고난 죽음대역배우인가!

‘모리에게서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공포와 연민으로 몰아넣는 죽음의 냄새가 났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죽음대역배우’라는 들어보지 못한 소재로 삶과 죽음의 미학을 풀어가는 흔하지 않은 이야기다.

죽음이 난무하는 사극을 보다가 문득 영감을 얻어 집필에 들어갔다는 작가 이세벽은 ‘죽음대역배우 모리‘를 통해 모리(죽음)는 생기를 얻고자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생기)은 죽음을 동경하거나 두려워하는 '삶의 모순’을 서사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실제로 모든 죽음 혹은 죽어 있는 것들은 생기를 얻기 위해 지금도 몸부림치고 있을지 모른다. 지상의 흙 한줌도, 저 산의 바위도, 강물도, 바람도, 모두 생기를 얻어서 무엇으로든 태어나고 있고 - 태어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그렇게 해서 온 것은 아닐까. 흙으로부터 혹은 바람으로부터 혹은 강물로부터.
그런데 생기가 된 우리는 흙으로, 바람으로, 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동경하기도 한다.
소설에서 모리와 사람들 사이에 겪는 많은 갈등은 바로 이러한 존재에 대한 은유가 아닌가 싶다.

‘지구상에 단 1명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는 이러한 주제를 억지로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요즘 한국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대담론’으로 빠져들게 하는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소설에는 연기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고 이 과정을 통해 배우들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연기에 관한 풍부한 이론들이 보너스로 담겨 있다. 게다가 후반부에 나오는 ‘삶과 죽음’의 화보집 촬영 과정에서는 녹녹치 않은 미학의 진수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 놓고 있어 독자를 긴장하게 한다.

‘지구상에 단 1명뿐인 죽음대역배우 모리’는 중세인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도록 하기 위해 지어냈다는 르브낭(죽음에서 깨어난 자를 뜻함)전설과 죽음대역배우 모리의 삶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내는 서사의 아쉬움 속에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소통의 창문을 열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모리가 읽고 있던 히브리어로 된 ‘르브낭’서의 존재 여부가 매우 궁금해진다. 만약 ‘르브낭‘서가 존재하고 있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몇 백 살 된 ’르브낭‘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터로 일해 온 그는 장편소설 ‘연가’를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자유로운 사유 세계를 보여주는 시집 ‘해마다 사월은 나에게 젖을 물리네’가 있다. 등단작인 단편소설 ‘생리통’은 세계적인 물의와 공명을 일으켰으며 이는 극작계의 혁명이라는 극찬의 평가를 받았다.

그의 단편집은 그냥 지나쳐왔던 무감각한 주변의 얘기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존재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독자를 전율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편서사시 ‘햇볕담기’와 단편소설 ‘하루아침에 부자 되기’ 그리고 ‘세한별곡’과 ‘고사리’ 등에서는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풍자, 세계에 대한 은유, 유머감각 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는 사물을 삐뚤어지게 보는 사시를 가졌고 사시적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진의의 세계를 보여준다.
죽음대역배우의 탄생    9

르브낭에 대한 의혹과 논쟁    79


그림자 사랑    165


외로운 성공    221


희대의 르브낭 재판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