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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활자/굿북 코너

[굿북 도서] 착한 여자가 마리화나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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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마리화나를 피운다
저자 : 김류
정가 : 9,800원
쪽수 : 326
출간일 : 2008년 7월 30일
ISBN : 978-89-960842-7-3(03810)

선진국의 대학병원과 고급요양소에서 알레바티스틴

(여자 위안부)이란 간호사를 고용해서 암암리에 시행

하고 있는 성적 치료는 온당한가? 아니면 치료라는 

미명 아래 병원에서 돈벌이를 위해 벌이는 또 다른 

매춘인가?

착한 여자가 마리화나를 피운다, 는 독일의 튀빙엔 대학병원에서 알레바티스틴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유학생 아현의 이야기다. 그녀는 왜 환자들에게 자위를 해주는 알레바티스틴이 되었고 기꺼이 환자들에게 몸을 던지는가. 성적치료가 이루어지는 특별 병실 203호에서 그녀는 창녀인가? 착한 간호사인가!

 

 

책 소개

 

 

독일로 유학을 간 아현은 졸업을 앞두고 실험실에서 사고를 당한다. 그 후 그녀는 졸업도 하지 못하고 귀국길에도 오르지 못한 채 튀빙엔대학병원의 알레바티스틴(여자 위안부)이 된다. 그녀가 하는 일은 튀빙엔대학병원 203호실에서 커튼으로 빛을 가린 뒤에 환자들에게 자위를 해주는 것이다. 착한 그녀는 환자들을 역겹게 여기는 법 없이 손과 입 혹은 온몸으로 쾌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간호사인지 아니면 창녀인지 알 수 없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착한 여자 아현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몽롱한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매춘의 필요성이나 선악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굳건하게 믿어왔거나 믿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이 정말로 온당하기만 한 것인지 되묻고 있다.

 

 

줄거리

 

한국간호대학의 졸업을 앞두고 병원으로 실습을 나간 아현은 응급환자의 처치를 돕다가 실수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실수가 아닌 불가항력으로 적당히 덮어버리고....... 아현은 공범의식에 사로잡힌 채 외과의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나친 애정행각이 발각되어 아현은 학교로 되돌아왔지만 실습 점수 미달로 간호사 자격증은 따지도 못하고 졸업하게 된다. 그러나 교수의 추천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르고. 그렇게 도망치듯 독일로 온 아현은 몇몇 한국유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바데마이스터(수치료사) 과정을 착실히 밟아나간다. 그러나 그녀는 실습 도중에 사고를 당하고 왼쪽 가슴과 목덜미에 깊은 화상을 입는다. 화상전문병원인 튀빙엔 대학병원으로 옮겨와서 치료를 마치고 회복되었지만 그녀의 몸에 남은 흉측한 화상자국은 한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꺾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온전한 몸으로 성공한 바데마이스터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것은 만료 기일이 훨씬 지난 비자와 비행기 티켓뿐이다.

그녀는 피부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반환하고 그녀의 담당 의사인 베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달라고 애원한다. 치료는 무료로 받을 수 있었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피부이식수술은 온전히 그녀가 감당해야할 몫이었다. 아현이 일자리를 마련해달라며 집요하게 매달리자 베키는 마지못해 알레바티스틴(여자 위안부)이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현은 기꺼이 알레바티스틴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알레바티스틴이나 성치료행위는 병원의 주요 관계자들과 당사들만이 아는 비밀스런 치료행위다. 치료행위 또한 203호실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원히 감추어질 수 있는 비밀이란 없는 법. 하필 마지막 피부이식수술을 앞 둔 시점에서 사고가 나고 아현은 피부이식수술도 받지 못한 채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현은 피부이식수술을 받기 위해서 재판을 신청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행위가 매춘인지 아니면 선의의 치료행위인지 법률적 혹은 사회적으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였고 자신의 행위가 간호사로서의 의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신념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만약 자신의 직업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에게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수치심까지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 희망이었던 피부이식 치료를 포기하고 강제 추방을 선택한다. 아현은 쓸쓸하게 공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지만........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독일 튀빙엔대학병원에서 알레바티스틴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 아현에 대한 이야기다. 선진국의 대학병원과 고급 요양소에서 공공연하게 혹은 암암리에 알레바티스틴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기도 하다.

알레바티스틴이란 무엇인가? 여자 위안부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성을 파는 여자이다. 병원에 고용된 남자 위안부는 알레바티스트라고 한다. 알레바티오가 고통을 덜고 안식을 준다는 의미이라고 하니 여자 위안부, 남자 위안부라고 해석하는 게 그다지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작가 김류가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혹은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병원에서의 비밀스런 매춘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다만 병원에서는 매춘이 아니라 치료라고 주장한다. 물론 독자에 따라 매춘으로도 치료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아현은 뜻밖의 사고를 당한 뒤에 피부이식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 튀빙엔대학병원에서 알레바티스틴이라는 위안부로 살아간다. 사실 아현조차도 자신의 행위가 매춘인지 아니면 치료행위인지 확신이 없다. 때문에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 애인에게조차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나 성적치료병실인 203에 들어선 아현은 환자들에게 철저하게 헌신적이다. 입과 손은 물론 몸까지 던져서 환자가 오르가슴에 오르도록 하는 게 치료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의하면 오르가슴을 통해 생환의 의지는 물론 생명연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냥 그런 설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논문으로 발표한 의사도 있고 거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와 연구원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 의하면 오르가슴을 통해 고통을 잊게 해주는 도파민 등의 호르몬을 발생하게 하고 그로 인해 생환의지를 키워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혹은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몬을 투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이고 자위 등을 통해 자신의 신체에서 스스로 도파민 등의 호르몬을 생성케 함으로써 활동을 멈춘, 즉 작동을 멈춘 기능을 되살린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하자면 투여는 그냥 일시적으로 갈증을 채워주는 것이지만 오르가슴은 기능을 회복하여 자체적으로 필요한 것을 생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현은 입과 손은 물론 온몸을 다 던져가며 환자에게 자위를 해주고 그 대가로 치료비를 마련하고 독일에서 살아가는 대신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와 외로움을 떠안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아현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자신을 위로한다. 살기 위한 것이라고.

그렇다고 이 소설이 새삼스럽게 매춘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작가는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을 통해 우리가 혹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선의에 대한 가치관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융통성이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매춘 혐의로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 아현은 재판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행위가 치료인지 아닌지 가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판이 진행 동안 치료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때문에 병원에서의 매춘이 정당한가 아니면 환자들의 허약한 심리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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