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9회말 2아웃

서울 갈매기의 대구 원정기

조약돌(Joyakdol) 2008. 10. 13. 01:15

가을 야구의 꿈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드디어 8888577이라는 비밀번호를 풀고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69승 57패의 성적으로 정규 리그 3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가을 야구의 시작은 정규 리그 4위의 삼성(65승 61패)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입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삼성에게 내주며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을 응원하기 위한 서울에서 대구로의 머나먼(?)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승부는?

 오전 8시 15분에 서울역을 출발한 KTX는 10시 1분에 동대구역에 도착합니다.
일행과 함께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창밖으로 본 하늘에 신기한 모양의 구름이 있었습니다.
전 나름 불사조 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인 갈매기와 같은(?) 조류라는 사실에 나름의 길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왼쪽의 작은 구름은 사자?


전날 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안 즐겼던 마구마구에서 롯데 자이언츠팀을 플레이한 제가 상대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플레이한 유저를 상대로 6:3으로 이겼기에 오늘 승부도 6:3으로 이길 거라는 나름의 점괘로 해석했습니다.


대구 시민 운동장으로 가는 길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구역으로 간 다음 그곳에서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대구 지하철은 노선도나 차량 크기가 부산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대구 시민 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본 대구 시내 풍경. 이날은 정말 화창한 가을 날씨였어요. 대구역에서 시민 운동장까지는 걸어서 10~15 정도의 거리였어요.
 예매한 표를 찾아서 약 20분 정도 줄을 서 있은 후 입장을 하였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경기인데 저희가 입장한 시각이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12시쯤 되었을 때 1루 내야석 자리는 거의 다 차버리더군요.(잘 모르는 분들도 있던데 대구 구장은 1루쪽이 원정팀 응원석입니다. 이걸 모르셔서 지정석 자리를 잘못 사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응원석의 그늘 때문인 것 같았어요. 3루쪽은 경기하는 동안 그늘이 많이 지던데, 1루쪽은 경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 그늘이 들더군요. 그래서 얼굴이 다 타버렸습니다.)  


화창한 가을 날씨와 함께 찾아온 설렘

 
 파란 하늘과 야구장을 배경으로 한 번 담아 보았습니다. 이때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경기장 풍경입니다. 하늘에는 제트기가 지나가는지 파란 도화지에 하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대구 하늘에 날아오른 부산 갈매기

 
 
 
 

경기장 구경을 하다보니 어디서 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대형 갈매기가 하늘에 날고 있고, 응원석에는 대형 누리가 신문지를 들고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간략한 경기 결과 요약

경기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4:6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삼성 라이온즈에게 패하였습니다. 장원준 선수의 롤러코스터 피칭이 시작될 것 같았던 1회를 1점만 실점하는 선방으로 마무리하고, 결국 역전에 성공해서 앞서간 자이언츠! 하지만 몇 번의 찬스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양준혁 선수에게 맞은 동점 투런. 그리고 8회의 라이온즈의 역전타! 결국 넘지 못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벽! 이 정도면 요약이 될 것 같네요. 역전에 성공한 이후로 자이언츠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 표까지 예매해놓았던터라 아쉬움은 더 컸습니다.(경기를 보는 중에는 경기 내용과 응원에 집중하느라 찍은 사진이 없네요.)



보다 나은 응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시점

 
1루 응원석에서 바라본 3루 응원석.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었습니다. 자이언츠의 "마!" 응원에 대항하는 라이온즈의 "와?" 응원도 나름 재미있더군요. 응원 문화는 역시 팬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大구도 부산"이라는 문구도 아이디어가 번득이더군요.

롯데 자이언츠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것과 함께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소위 부산 갈매기라 불리는 롯데 팬들의 자질에 대한 비판입니다. 시즌 내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부각되던 것과 달리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저질적인 행동에 대한 비판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사직 구장에서 진행되었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응원단을 철수시키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번 3차전에서는 응원단의 좋지 않은 행동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이번에도 오물 투척이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어쩔 수 없더군요. 응원석에서 담배를 피기도 하더군요.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을 해야했습니다. 저질 행동을 하는 팬들의 행동이 열정적인 팬들도 동급의 저질팬으로 인식되게 한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야구장에는 많은 아이들도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구요! 이제는 유명해진 자이언츠의 "아주라" 응원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가을 야구의 꿈도 이루었고, 내년을 준비해야할 시기입니다. 우리 팬들도 보다 나은 관람 문화를 정착해야할 시기입니다. 아래에는 경기 도중에 본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날아오르는 갈매기를 배경으로 부산 갈매기들의 응원 모습
 
 멋진 플레이와 팬들을 생각하는 매너로 인기를 얻은 카림 가르시아 선수는 멕시코 출신입니다. 멕시코 국기를 들고 온 팬의 모습. 가르시아 선수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면서 응원을 하시는 모습 보기 좋더군요.
 
 

부산 갈매기의 전매특허 응원!
신문지 응원!

 

오늘의 선발 투수였던 장원준 선수와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모습. 거기가다 봉다리 응원을 하는 부산 갈매기도 있네요. 투수와 타자, 팬들의 3박자가 갖추어진 유니폼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흔치 않았는데,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전 관중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날도 오겠죠? 제가 입고 다니는 유니폼에는 저는 20번 임수혁 선수의 이름이 있답니다.

 

주황색 봉지를 머리에 쓴 갈매기들. 주황색 봉지를 그냥 쓰는 것도 이쁘지만 리본 모양을 만들어 쓰는 것도 예쁘더군요. 응원을 한 이후에 쓰레기도 치우는 일석이조의 응원 도구입니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해 가을 야구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을 설레게 할 플레이오프와 한국 시리즈는 계속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산 베어스가 우승했으면 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좋아하는 팀이기 때문이죠. 달감독님도 완전 좋구요.

 
 

(사진 좌측: 경기가 끝난 후 승리를 축하하는 불꽃 놀이, 우측: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뻐하는 라이온즈 선수들)


500만 관중을 넘어 더 많은 관중이 야구장에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겠지요.

1. 팬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KBO
올해 포스트 시즌 표값은 좀 심하지 않았나요? 올해만 장사(?)하고 장사 접는 것도 아니잖아요!!!

심판 판정이 공정하고 오심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 좀 치해주세요.

2.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동점 홈런을 쳤던 라이온즈의 양준혁 선수가 밉지 않은 건, 그 선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언제나 1루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하는 대 선배의 모습! 후배 선수들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땅볼 쳤다고 설렁설렁 뛰는 모습은 아니잖아요? 운이 좋아 살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자이언츠의 손광민 선수의 모습이 마음에 쏙 든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 변치 마세요!

3. 보다 나은 관람 문화

좋아하는 선수를 보러, 좋아하는 경기를 보러,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야구장이 되도록 내가 먼저 노력합시다.


처음으로 써보는 관람기라서 좀 부족한 부분이 많네요.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더 재미있는 글 많이 남기겠습니다.
위에 나온 사진은 폰카로 찍은 거라서 잘 나오진 않았네요.(참고로 motorola Z8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