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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이야기/MB 마일리지 전쟁(Mileage Battle)

3. 24시간


* 첫 번째 배틀까지 남은 시간: 24시간


남자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배틀이라면 분명 저 콘트롤러라는 헬멧을 머리에 쓰고, 맨손으로 격투를 하거나 무기를 사용하여 벌이는 방식일 것이다.


콘트롤러를 착용하면 정확한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콘트롤러 착용이 바로 배틀 시작을 불러올지도 몰라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먼저 '월드 마일리지 배틀'에 대해 구글링을 시작했다. 네이버, 다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구글이라면 분명 그에게 답을 던져줄 것이다.


"어, 이게 뭐야?"


남자는 한숨을 지었다. 월드 마일리지 배틀에 대해 구글신이 내놓은 검색 결과는 0건이었다. 신종 사기 수법이라면 피해자의 글이 있을 것이고, 새로 나온 게임이 맞다면 게임 후기라도 있을 법한데, 구글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 봐라, 내 호기심을 건드리는데?"


남자는 구글링을 계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마일리지 배틀이라는 게임에서 이기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남자는 자신이 준비 중이던 공모전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마일리지 환전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 열심히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자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 첫 번째 배틀까지 남은 시간: 20시간


"하지만 중요한 단백질원이죠. 미안해요, 카메라맨. 더 먹을 게 없네요."


화면 속의 남자는 땅에서 찾은 굼벵이 같은 것을 먹고 있었다. 화면 밖의 남자는 배틀을 준비하며, 이번에는 생존법을 찾고 있었다. 


"어쩌면 헝거 게임처럼 생존해서 살아남는 자가 최고의 승부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생존법도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굼벵이를 먹을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화면 속의 남자는 다음 방송을 기약하며 사라졌고, 화면 밖의 남자는 하품을 했다. 벌써 4시간이나 지나갔다. 그리고 남자를 화면 밖으로 완전히 끌어당긴 것은 민희였다. 민희는 남자가 끓여주겠다고 약속했던 떡국을 요청하고 있었다. 민희의 하얀 털만큼이나 하얀 떡은 충분히 물에 불었을 것이다.


남자는 싱크대로 가서 떡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래,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남자는 민희와 함께 떡국을 나눠 먹고, 나이는 혼자서 먹었다. 민희는 그의 나이를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나."


남자는 이번에는 책을 펼쳤다. <판타지 무기 대사전>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 첫 번째 배틀까지 남은 시간: 2시간


바로 위가 배틀까지 20시간이 남았던 순간이었고, 현재는 2시간이 남았다. 이걸 읽고 있는 사람들은 남자가 지난 18시간 동안 한 일을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당신들은 남자가 울산 광역시의 대표와 배틀을 벌이는 장면을 기대하고 들어왔을 테니까.


지난 18시간 동안 남자는 영화, 만화, 드라마 등등등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고, 음료수를 2잔 먹고, 간식을 먹었다. 간식이 과자 2봉지였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남자는 콘트롤러를 착용한 후 누울 자리를 잘 정돈해두었다. 배틀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민희가 먹을 밥도 든든히 챙겨두었다.


남자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담배라도 한 대 피울 요량이었다.


남자는 집 앞 놀이터까지 걸은 후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나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담배 하나가 배틀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남자는 담배는 피우지 않기로 했다. 집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 첫 번째 배틀까지 남은 시간: 1시간


배틀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이었다. 남자는 마지막 순간에 배틀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라도 접속 에러라도 생기면 안되니까.


남자는 민희를 조용히 안아준 후에, 준비해둔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콘트롤러를 머리에 썼다. 콘트롤러에는 배틀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고 있었고, 남자가 콘트롤러를 착용하자 메시지가 나왔다.


[지금 배틀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남자는 '그래, 시작해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그의 생각이 시작되자마자 콘트롤러가 빛을 내며 동작을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무언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당신이 BUSAN 38317이군요."


남자는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초록색 작업복장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3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안전모의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배틀이 처음인가 보군요. 아, 난 이번이 두 번째 배틀입니다. 첫 배틀 때는 나도 당황을 했었지만, 지금은 조금 안정되는군요."


"......"


"그럼 무기를 고르실까요?"


안전모의 남자, 아니 ULSAN 29232는 BUSAN 38317에게 배틀 시작을 알렸다. 29232가 가리킨 곳에는 공장에서 쓸법한 다양한 공구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 2013년 2월 11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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