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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이야기/MB 마일리지 전쟁(Mileage Battle)

4. ULSAN, 29232


ULSAN이 BUSAN에게 가리킨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공구를 몇 개 둘러보더니 작은 크기의 일자 드라이버를 집어들었다.


'저걸로 싸우는 거야?'


BUSAN은 의아해했다.


"정말 첫 번째 배틀인가 보군요. 그럼 내가 배틀을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겠군요. 초심자에게 운좋게 이겼다는 말은 듣고싶지 않으니까요. 마일리지 배틀의 게임 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배틀 신청자가 배틀 장소를 정할 수 있죠. 일종의 홈그라운드 효과랄까요. 나는 내가 일하는 이곳 자동차 공장을 배틀 장소로 정했죠.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니깐요. 내 집보다 더 오래 머무르는 곳이죠."


ULSAN은 자신이 배틀 유경험자인 것을 자랑하고 싶은 듯, BUSAN을 가르치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배틀 장소를 정한 사람이 배틀 방식도 정할 수 있죠. 내 첫 번째 배틀은 DAEGU가 정한 룰이었죠. 만일 DAEGU를 만난다면 먼저 배틀을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육상 경기장에서의 달리기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물론 BUSAN 당신은 DAEGU를 만날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녀와 배틀을 하려면 날 꺾고 가야할테니깐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어서 무기를 고르세요."


ULSAN의 말에 BUSAN은 천천히 공구가 걸려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일자 드라이버를 골랐다. 저걸로 날 찌를까? 그럼 난 뭘 들어야 하지?'


BUSAN은 고민을 하다 스패너를 선택했다. 이걸로 ULSAN을 때리면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스패너라... 좋은 선택이군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ULSAN의 말과 함께 배틀이 시작되었다. ULSAN은 일자 드라이버를 강하게 움켜쥐더니 '얍'하는 기합을 외쳤다. 그러자 그의 일자 드라이버가 커지기 시작했다.


"찌르기를 예상했겠죠. 이 작은 드라이버로 당신을 어떻게 죽일 수 있을지 궁금했겠죠. 하지만, 난 찌르기를 하지 않을 겁니다."


노란 안전모를 쓴 ULSAN은 일자 드라이버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처럼 포즈를 취한 ULSAN은 BUSAN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드라이버가 칼날처럼 예리하게 허공을 갈랐다.


BUSAN은 순간 겁이 났다. 이 스패너는 날카롭지 않다. 스패너로 적을 제압하려면 둔탁한 소리가 나도록 후려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 BUSAN은 상금에 대한 생각은 싹 잊어버렸다. 그는 살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뒷걸음, 뒷걸음, 뒷걸음. 등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해댔다.


"당신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이 신성한 배틀에 뽑힌 거죠? BUSAN에는 인물이 없는 겁니까? 부산 사나이라는 말은 이제 없어져야겠군요. 그렇게 뒤꽁무니만 빼서야, 날 한 번이라도 공격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는 부산 가시나라고 불러드리죠."


ULSAN은 BUSAN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뒷걸음만 치던 BUSAN의 왼팔에 상처를 입었다.


"으악."


지금 상황은 콘트롤러를 착용하고 진행하는 게임일 뿐인 걸 여러분은 알고 있지만, 현재의 BUSAN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왼팔을 파고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지도 몰라. 뭔가를 해야 해.'


BUSAN은 오른손에 쥔 스패너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처럼 내 스패너도 크게 만들 수 있을까?'


BUSAN은 "얍"하고 기합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스패너는 그대로였다.


"이제 좀 싸울 의지가 생겼습니까? 그렇게 도망만 쳐서야 재미가 없잖습니까. 그런데 어쩌죠? 이제는 더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 보이는군요."


BUSAN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는 자동차 공장의 내부 구석까지 몰려있었다. 토끼가 사냥개에 몰린 꼴이었다.


"이젠 끝이군요. 당신의 마일리지는 내가 가져가겠습니다."


ULSAN은 드라이버를 높이 쳐들었다. 단번에 BUSAN의 목을 베기 위해서였다. BUSAN의 놀란 얼굴이 드라이버에 반사되었다.


'휙'하는 소리와 함께 드라이버가 자동차 생산 라인의 공기를 가른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피가 떨어졌다. 


"으아아악."


BUSAN의 목소리가 공장 내부에 울려퍼졌다.


"윽, 으. 숨... 막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BUSAN의 왼팔에 입은 상처에서 흐른 피였다. BUSAN의 양손에 움켜쥔 스패너가 거대해져서 앞으로 뻗어있었다. 그리고 스패너의 한끝은 ULSAN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BUSAN의 목은 무사했다. 대신 그의 왼팔에서는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스패너를 죽을 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대로 가면 BUSAN에게도 승산이 있어보였다. 그는 미칠듯이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스패너에 목이 매달린 ULSAN은 공중에 뜬 채로 허둥거리고 있었다.


"이, 이... 녀... 석..."


ULSAN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그는 일자 드라이버를 휘두르려했지만, 스패너의 길이를 능가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이대로 가면 나의 승리다. 이젠 살았다.'


BUSAN은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ULSAN의 몸이 서서히 늘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면 그의 숨이 끊어지고 그에게는 패배의 상처가 생기리라. 그때였다.


"부우우웅."


굉음이 울리더니, 어디선가 자동차가 나타났다. 자동차는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스패너를 움켜쥔 BUSAN을 향해 달리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기는데... 저 자동차는 뭐야?'


자동차가 BUSAN을 향해 달려온다. BUSAN은 선택해야만 했다. 스패너를 거둬들이고 뒷걸음을 칠 것인가, 아니면 자동차에 받힐 것을 각오하고 ULSAN의 목을 더 조를 것인가.


BUSAN을 향해 돌진 중인 자동차의 엠블럼이 번쩍 빛났다.


그것은 현대 자동차의 H였다.


- 2013년 2월 12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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