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이야기/MB 마일리지 전쟁(Mileage Battle)

5. 필살기

조약돌(Joyakdol) 2013. 2. 13. 12:12



울산 자동차 공장에서 굉음을 뿜으며 달려오던 자동차는 자동차 생산 라인은 박살냈지만, BUSAN을 들이받지는 못했다. BUSAN이 ULSAN의 목을 조르던 스패너를 거둬들이고 뒷걸음질을 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시 혈색이 돌아온 ULSAN은 엔진룸이 터졌는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동차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BUSAN도 자동차를 쳐다보며 고함을 질렀다.

"누구냐! 배틀을 방해한 자가! GM(Game Master, 게임 마스터)냐! 이건 편파 운영이잖아."

BUSAN은 운전석을 살폈다. 분명 누군가가 타고 있어야 정상일텐데,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자동차 충돌 시험에 사용하는 마네킹 같은 것도 없었다.

"역시 GM인가? ULSAN을 왜 돕는 거야?"

BUSAN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 첫 번째 배틀의 승리 직전에 GM의 방해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 배틀이 끝난 후 어떻게든 항의를 하고 말 테다.'

BUSAN은 스패너를 다시 움켜쥐었다. 자동차를 피하고자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 스패너는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이런이런... 내가 방심을 했었군요.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보실까요?"

ULSAN은 바닥에 떨어진 노란색 안전모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안전모를 다시 착용한 후 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의 손에 들린 일자 드라이버는 거대한 크기를 그대로 뽐내고 있었다.

"아, 그 전에 초심자에게 또 한 가지를 알려줘야겠군요. 당신은 나에게 패배한 후에 이곳저곳에 이상한 소문을 낼 것 같단 말이죠. 운영자의 개입으로 패배를 했다는 둥,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는 둥."

"......"

"저 현대 자동차는 운영자의 개입이 아닙니다. 번호판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요."

BUSAN은 자신을 향해 뛰어든 자동차의 번호판을 쳐다보았다. 

[울산 이 9232] 

"번호판이 뭘 어쨌다는 거냐? 여긴 울산이니깐, 울산 번호판을 달고 있겠지. 핑계는 그만 대라고."

ULSAN은 껄껄껄하며 BUSAN을 비웃었다.

"공포 지수가 높은 사람인 건 알았는데, 두뇌 지수가 낮은 건 몰랐군요. 저 자동차는 나, ULSAN 29232의 자동차입니다. 이제야 아셨나요? 당신이 나의 필살기 공격을 피한 것은 높이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필살기라고?"

"내 목을 초심자의 스패너에 잠시 내어준 건 필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모르셨군요."

ULSAN은 여전히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것처럼 BUSAN을 대하고 있었다. 

'내 공격이 의도된 것이었다고? 당신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어.'

BUSAN은 다시 한 번 숨을 가다듬었다. 스패너를 움켜쥔 손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왼팔의 피는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오른쪽 소매를 쭈욱 찢었다. 그리고 어제 인터넷 영상에서 본 대로 왼팔의 상처부위를 꽁꽁 싸맸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다출혈로 죽을 지도 모른다.

ULSAN이 서서히 BUSAN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두 남자의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이야아아아."

일자 드라이버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BUSAN은 다시 뒷걸음질, 뒷걸음질,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다. 그의 목을 노린 드라이버의 날카로움을 가까스로 피하거나 스패너로 방어할 뿐, 그는 공격 다운 공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살기, 필살기. 나에게도 필살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BUSAN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ULSAN이 한 것처럼 위기 상황이 되면 저절로 발동하는 것인가? 여러분이 필살기 발동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처럼, BUSAN의 머릿속도 그렇게 바쁘게 여러 가지 생각의 폭풍이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 잠깐만. 필살기는 어떻게 쓰는 거죠?"

그가 택한 것은 정공법이었다. ULSAN은 BUSAN에게 이 빌어먹을 배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었다. 그는 명예롭고, 정정당당하게 이기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살기 발동 방법도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듯 말이다.

"......"

ULSAN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해서 일자 드라이버 검술을 퍼부었다.

"이, 이봐요. ULSAN! 아니, ULSAN, 29232 님! 필살기 발동 방법을 알려달라고요. 난 그 방법을 모른단 말입니다."

BUSAN의 말에 ULSAN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못들은 척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드라이버 날이 BUSAN의 오른쪽 다리를 베었다. 피가 다시 쏟아져 공장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 치사한 놈아!"

BUSAN은 필살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저자는 필살기 발동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BUSAN은 가슴을 파고드는 드라이버를 스패너로 간신히 막아냈다. 스패너에 낀 드라이버가 멈췄다. 

'이때다.'

BUSAN은 스패너를 양손으로 움켜쥔 후 드라이버를 걷어냈다. 갑작스러운 BUSAN의 반격에 ULSAN의 손에서 드라이버가 미끄러져내렸다. 드라이버는 멀리 날아갔고, BUSAN은 이때를 노려 스패너를 휘두르며 ULSAN에게 달려들었다.

'이대로 넘어트린 후, 스패너로 목을 노리자.'

하지만 BUSAN의 온몸 던지기 공격은 너무나 쉽게 실패로 돌아갔다. ULSAN이 몸을 살짝 비틀며 피했기 때문이다. 넘어졌던 BUSAN은 다리를 절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ULSAN의 필살기인 현대 자동차를 향해. ULSAN은 떨어트린 일자 드라이버를 줍기 위해 몸을 날렸다. 두 남자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ULSAN이 드라이버를 되찾았을 때, BUSAN은 현대 자동차의 운전석에 올라있었다.

"이 망할 자동차, 시동이 왜 안 걸리는 거야. 걸려, 걸리라고."

BUSAN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동차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ULSAN은 어이가 없는 듯 큰 소리로 BUSAN을 비웃었다.

"내 자동차를 움직이기라도 하겠단 말입니까? 하하하. 조금 전의 돌진으로 엔진이 타버린 것 같은데 말이죠. 카센터에 맡기면 족히 200만 원의 수리비가 나올 상황입니다. 물론 순정 제품을 고집한다면, 500만 원이 넘을 겁니다."

ULSAN은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려는 듯 입을 연 후, 자신의 필살기인 현대 자동차로 다가갔다. BUSAN은 운전석의 버튼을 이용해 자동차 문을 잠구고 계속해서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자동차 키는 없었고, 그가 시도하는 방법은 그의 스패너의 작은 쪽 머리를 자동차 키 대신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스패너의 크기가 작아져서 열쇠 구멍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ULSAN은 자동차 정면에 선 후 앞 덮개 위로 뛰어올랐다. 놀란 BUSAN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ULSAN은 기합과 함께 일자 드라이버를 유리창을 향해 뻗었다. 유리창을 뚫은 드라이버 날이 BUSAN의 심장을 향했다.

"으아아아악."

끝내 현대 자동차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물론 BUSAN의 심장도 멈추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그의 가슴 앞에 도달한 순간 멀리서 무언가가 '휘이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와 ULSAN을 낚아챘다. 공중에 떠오른 ULSAN의 몸이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ULSAN의 숨이 끊어졌고, 그렇게 배틀은 끝이 났다. BUSAN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저건?"

거대한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날고 있었다. BUSAN의 필살기가 발동한 순간이었다.

- 2013년 2월 13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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