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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USAN, 38317

어둠으로 가득 찬 8평짜리 방. 밤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무도 살지 않거나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어둠 속에서 하얀 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더니 '삑'하는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 전원이 켜졌다. 화면 속 두터운 옷을 껴입은 리포터가 고속버스 터미널에 서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500만 명 이상이 서울을 빠져나갔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5시간 2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SBS 뉴스 김민희입니다." "아, 뭐야. 민희, 또 너니?" 어둠 속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잠에서 막 깬 듯 낮게 잠긴 남자 목소리였다. 남자는 손을 뻗어 리모콘을 찾았고, '삐빅'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이 꺼졌다. 남자는 리모콘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2월 3일 일요일, 퇴원

오전에 링거를 빼고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밥을 먹고 짐을 싸기 시작한다. 읽으려고 챙겨온 책은 읽지도 못한채 그대로 가져간다. 나의 퇴원을 축하하며, 곁에서 간호해준 가족, 여자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그리고 아산병원 김진천 교수님, 곽봉준 담당의, 오선옥 선생님, 특히 고마운 김영은 간호사님, 정혜임 간호사님께 인사를 전한다.

조약돌 24/7 201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