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창(窓)]
인간은 항상 뭔가를 필요로 한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발명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인간은 이전보다 진보된 이기를 원한다. 이런 과정이 순환되면서 인간의 문명은 발전해왔다.
2010년, 전 세계가 과밀화된 후 건설 업계에 불황이 찾아왔다. 더 이상 건물을 지을 곳이 없어지고, 웬만큼 낡은 건물이 아니면 건물을 철거하지도 않았다. 건물을 철거할 때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건설 업계는 건물의 보수와 수리, 리모델링과 같은 개조 작업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한정된 수요뿐이라서 건설업체는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한다. 현재 전 세계를 이끌어 가는 건설 업체는 2개 정도였다. 첫 번째 업체는 달에 진출하려는 인간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달에 건물을 짓기로 선정된 M업체였고, 다른 한 곳은 전쟁으로 망가진 나라를 재건하는 사업을 독점한 W업체였다. 이 업체의 로비로 인해 전쟁이 일어난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에 그것을 재건하는 것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14일은 건설업의 한 획을 긋는 날이 되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M업체와 W업체의 뒤를 이어 세계 건설업의 3위를 차지하고 있는 G업체가 신소재를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3위라고는 하지만 세계 건설업의 2위인 W업체와 규모 등에서 워낙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름뿐인 3위였다. 새로운 소재는 건설업을 다시 부흥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기술을 빼내기 위해 각국에서 산업 스파이가 투입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그러나 신소재에 대한 기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개발된 소재가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소재이기 때문이었다.
2007년 11월에 아마추어 천측 관측자에 의해 발견된 혜성이 있었다. 이것은 발견자인 수의 이름을 따서 수(Su) 혜성이라 명명되었다. 나사(NASA)에 따르면 수 혜성은 2010년 2월 14일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78%였다. 그리하여 이를 막기 위한 수 혜성 폭파 팀이 만들어졌다.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인한 인간들의 불안한 심리에 흥행을 했던 '딥 임팩트(Deep Impact)', '아마겟돈(Armageddon)'과 같은 영화에서 보아왔던 내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수 혜성 폭파 팀의 임무는 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3일 전인 2010년 2월 11일에 수 혜성에 도착하여 수소 폭탄을 설치하여 수 혜성을 폭파시키는 것이었다. 수 혜성 폭파 팀의 이름은 키쉬(KISH - KIll Su with Hydrogen bomb)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2010년 2월 11일에 수 혜성에 도착하여 수소폭탄을 설치하고 지구로 귀환하였다. 그들이 설치한 수소 폭탄은 2010년 2월 12일에 폭발하여 수 혜성을 산산조각 내었다. 수 혜성이 폭파된 후 그 조각들은 우주상에서 분해 되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의 조각이 운석처럼 지구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마법의 창을 둘러싼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2010년 2월 13일, 대한민국의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광안리 바다에 운석이 떨어졌다. 겨울이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그 즉시 광안리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그리고 국립 과학 연구소의 통제 하에 모든 조사 작업이 진해되었다. 그리고 운석은 우주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정부에 귀속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소재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단 두 사람이었다. 국립 과학 연구소에 7년째 몸담은 이주석이라는 연구원과 그의 친구인 김혁이었다. 이주석은 수 혜성의 잔해로 판명된 운석에서 발견한 신소재를 조사해보고 깜짝 놀랐다. 이주석은 이것이 인공 치아나 인공 뼈에 사용되는 바이오 글라스(Bioglass)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김혁은 바이오 글라스를 사용한 건축 자재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주석은 거액의 돈을 받고 김혁에게 신소재를 넘겼다. 그리고 김혁은 신소재를 이용하여 기존의 유리창보다 강도가 2배 이상이 센 유리를 만들게 되었다.
유리창이 완성된 날, 김혁은 자신의 욕실의 거울에 신소재로 만든 거울을 만들게 되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김혁은 서리가 끼어있는 거울을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문질렀다. 그 순간, 그의 손이 사라졌다. 놀란 그는 그의 오른손을 보았다. 없다. 그의 손이 사라졌다. 그는 신소재의 사용 방법을 알아냈다. 비록 손을 하나 잃어버렸지만.
2010년 2월 20일, 세계 건설업의 3위를 차지하던 G업체가 신소재에 대한 발표를 하였다. '마법의 창(窓)'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빛을 본 이 소재는 유리창에 비친 것을 연필로 쓴 것을 지우개로 지우 듯 깨끗이 지우는 것이었다. 김혁은 폐허가 된 건물 앞에 서서 마법의 창을 들고 섰다. 그리고 입김을 불었다. 유리창에 입김이 서려 뿌옇게 되었다. 김혁은 자신의 왼손으로 창에 서린 입김을 지워냈다. 입김이 사라짐과 동시에 유리창에 비치었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것은 거울이 아니라 일반 유리창이었기에 김혁은 무사했다.
G업체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G업체의 주식은 2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리고 세계의 언론은 떠들썩했다. 신소재를 이용하여 G업체는 소음과 분진을 일으키지 않고 건물을 없앨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M업체와 W업체를 따라잡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다. 마법의 창(窓)이 도난당한 것이다. G업체는 혹시나 다른 경쟁 업체에게 신소재를 도난당할까 두려워 단 하나의 마법의 창만 남기고 모든 소재를 폐기처분하였다. 그리고 마법의 창(窓)은 신분증, 음성, 망막, 지문 확인의 4중의 보안 확인 과정을 마친 사람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관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의 창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2010년 3월 15일, 세계는 공포에 쌓였다. 2000년대 후반에 테러로 전 세계를 위협했던 과격 테러 분자들의 모임인 '카스노프(KASNOF)'가 마법의 창을 가지고 있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구를 통째로 지워버리겠다고 했다. 우주선의 한 유리창에 이미 마법의 창을 설치했다는 발표였다. 그리고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해 우주선의 유리창에 푸른 지구의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 입김을 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구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그들의 요구조건은 어마어마했다. 전 세계 감옥에 수감된 모든 테러리스트(Terrorist)들의 전원 석방과 엄청난 금액의 돈이었다.
이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더라도 지구가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국제 연합(UN)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비밀 특사대를 만든다. 그리고 '카스노프'의 배후에 달의 건설업을 독점한 M업체의 로비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비밀 특사대는 M업체의 최고 경영자(CEO)를 구속하고 '카스노프'의 모든 계획을 파헤친다. 그들이 3월 20일에 중국의 한 곳에서 우주선을 발사하기로 한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비밀 특사대는 즉시 모든 병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카스노프‘의 우주선은 이미 떠나버렸다. 그리하여 국제연합은 그들을 우주상에서 격추시키기로 하고 로켓을 발사한다.
국제연합의 로켓 3기가 '카스노프'의 우주선을 격추시키려던 찰나 우주선의 마법의 창에 로켓이 비쳤다. '카스노프'는 즉시 입김을 불어 로켓 3기를 모두 지워버렸다.
절망에 빠진 지구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인간들로 난장판이 되었다. 각종 극악한 범죄가 난무하고 있었다. 김혁 역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며 자신이 마법의 창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사라진 오른손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낼 방법을 생각해냈다.
국제 연합은 분주했다. 30분만 있으면 '카스노프'의 마법의 창에 가득 찬다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주선의 예상 이동로를 예측하고 거기로 가능한 모든 인공위성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카스노프‘의 우주선은 달을 향하고 있었다. 거기는 이미 M업체에 의해 개발된 그들의 보금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마법의 창에 지구가 가득 차고 있었다. ’카스노프’의 우두머리는 마법의 창에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창에 서린 입김을 지워냈다. 그 순간 그는 보았다. 마법의 창에 가득 찬 것은 지구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국제 연합에서 움직인 인공위성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인공위성들의 은빛이 태양에 반짝인다는 것을. 그 순간 ‘카스노프‘의 우주선은 사라졌다. 마법의 창도 함께. 인공위성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낸 것이다.
- 2004년 2월 15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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