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이야기 55

자전거 탄 풍경을 꿈꾸며

자전거 탄 풍경을 꿈꾸며 하얀 눈이 내리는 산 속에서 한 여자가 소리치며 흐느낀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이 장면은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이고, 여배우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기도 했던 명대사이다. 그리고 이 명대사는 지금 내가 2006 방일 대학생 대표단 일정 중 마에바시에서의 민박 가정 일정에서 인연을 맺은 나의 일본 어머니 아오키씨에게 보내는 메일의 첫 인사이기도 하다. 는 순수함과 설렘이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러브 레터를 쓰거나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괜히 웃음이 나게 만드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러브 레터. 지난 9박 10일간의 ..

비눗방울 담배

비눗방울 담배 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뱉었다 한숨과 걱정이 담배 연기가 하늘로 사라졌다 아이는 비눗방울을 분다 거품을 만들어 비눗방울을 만든다 꿈과 희망이 담긴 동그란 비눗방울이 하늘로 솟는다 아이를 부러워하며 유년을 그리워하며 나는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담배 연기는 비눗방울이 되어 하늘로 솟아오른다 오늘도 나는 비눗방울 담배에 불을 붙인다 2009년 3월 22일 조약돌 씀

유리 조각 그대 2

유리처럼 맑은 그대 마음 사랑에 상처 입고 조금씩 금이 가네요 유리처럼 투명한 그대 마음 이별에 아파하고 결국엔 산산이 부서졌네요 나 그대 몰래 깨진 유리 조각 모아 뜨거운 내 가슴으로 녹인 후 유리잔 만들어요 뜨거운 유리잔에 내 사랑 가득 담아 그대에게 드려요 영원히 깨지지 않을 뜨거운 내 마음을 그대에게 드려요 유리 조각 그대 - 조용래 지음, 조은혜 그림/한국문학세상 사랑, 이별, 그리움에 관한 시 63편과 각각의 시에 어울리는 63개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나비 효과

그대의 눈물 내 가슴에 비 되어 내린다 그대의 작은 미소 내 얼굴을 환하게 만든다 태평양 위 나비의 날갯짓이 대서양의 폭풍을 일으키듯 그대가 떠난 후 내 마음은 텅텅 비었다 그대 다시 내 마음에 들어와 아름다운 그 날개 펄럭이기를 난 아직도 기다린다 그대라는 나비를 유리 조각 그대 - 조용래 지음, 조은혜 그림/한국문학세상 사랑, 이별, 그리움에 관한 시 63편과 각각의 시에 어울리는 63개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 혈액형 살인 사건 (두 번째 버전)

혈액형 살인 사건 내 이름은 신의진이다. 남들이 꺼리는 직업인 경찰이 나의 직업이다. 그것도 교통과 순경도 아닌 강력반 형사이다. 올해로 30살이 되는 내가 친구들에게 항상 듣는 말은 “너는 결혼하기 힘들겠다.”라거나 “그래서 내가 그때 교통과로 가라고 했잖아.” 따위다. 내가 경찰이 되기로 마음먹고 지원한 곳이 강력반이었을 때 홀로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펑펑 우셨다. 친구들도 나의 결정에 반대하며 나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나는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반에 들어갔다. 나는 변변찮은 봉급과 목숨을 담보로 내어놓고 뛰어다니는 강력반 형사라서 항상 여자친구를 오래 사귀지 못한다. 나의 첫 인상에 반했던 여자들도 ..

[단편] 혈액형 살인 사건 (첫 번째 버전)

혈액형 살인 사건 올해로 형사 생활 15년이 된 나는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그 사건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맡은 첫 사건이기도 했던 그 일이 떠오르면 내 몸은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낀다. 1. 비가 내리는 겨울날 혈액형에 관한 영화가 개봉했던 해의 겨울이었다. 겨울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그 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해였다. 어렸을 때부터 경찰의 꿈을 가지고 살아온 내가 경찰의 꿈을 실현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맡았던 첫 사건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몇 달간의 대기 기간 후 경찰서에 발령을 받은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강력반에 지원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강력반보다는 교통과에 지원하기를 권유하였지만 누구보다 투철한 정의감에 불타던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단편 소설] 나우히어(NowHere)

나는 서른 두 살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모님과 그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아침 식사를 한다. 내가 출근을 하기위해 집을 나설 때면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은 “오빠, 올해는 꼭 장가가야지?”라는 입에 밴 말을 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여동생을 바라보며 한 번 살짝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차고로 가서 작년 내내 고생하며 할부금 납부를 끝낸 나의 애마인 흰색 승용차에 오른다. 시동을 켜면 들려오는 것은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곡을 들으며 내 애마와 함께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그렇게 20여분 운전하면 도착하는 곳은 작은 무역 회사 건물이다. 이곳이 올해로 4년째 ..

[단편 소설] 인터넷 소설 월드컵

[2006년 2월 1일] 웹상에 모두 16명의 작가가 모였다. 이름하여 인터넷 소설 월드컵! 지난 6개월간의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오른 16명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16강전의 시작!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16강전은 대진표 추첨으로 시작되었다. 추첨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행사의 모든 진행 상황은 온라인으로 중계가 되었다. 상자 속에 담긴 16개의 번호가 각각 새겨진 구슬이 그의 손에 쥐어져 나올 때 마다 작가들과 독자들의 희비가 교차되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16강전의 대진 상대로 만난 작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비교적 쉬워 보이는 상대를 만난 작가의 얼굴에 미소가 약간 비치었다. 이것은 물론 각각의 작가의 컴퓨터에 달린 화상 캠을 통해 중계되는 모습이었다...

[단편 소설] 생일 축하합니다

1. 어두운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고요함을 참지 못하는 듯한 어색한 기침 소리가 한 번 뱉어져 나왔지만 어둠 속이었기에 약한 인내심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물론 기침 소리의 당사자를 제외한다면. “지금 들어온대, 모두 준비해.” 귀에 꽂힌 무전기를 통해 전해진 정보를 모두에게 알리던 선호가 성냥을 그었다. 어둠을 쫓아낸 성냥의 불씨는 이내 케이크에 꽂힌 하나의 초에 옮겨졌다. 주어진 임무를 끝낸 성냥불을 입으로 불어 끄는 선호의 얼굴에 비장감이 흐르는 듯 보였다. 케이크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사람은 선호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고 모두가 조용히 케이크와 닫힌 문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촛불이 부끄러워할 정도의 밝은 빛과 함께 한 소녀가 나타났다. 작은 키에 긴 생머리의 ..

유리 조각 그대

사랑에 상처 입은 그댄 깨진 유리 조각 조금만 다가서도 찔리는 깨진 유리 조각 유리 조각 그대여 내 가슴에 안겨요 깨진 유리 조각에 내 가슴 피 흘려도 내 마음은 기쁠 테니 그대만 허락한다면 그대의 상처 내 가슴 피로 따뜻하게 감싸 줄게요 유리 조각 그대 - 조용래 지음, 조은혜 그림/한국문학세상 사랑, 이별, 그리움에 관한 시 63편과 각각의 시에 어울리는 63개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